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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PONIA 제28호 2004년 3월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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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동물들
너구리가 둔갑해 사람을 속인다!?
글●이마이즈미 타다아키(今泉忠明, 동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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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동아시아에분포하는 야행성 포유류. 잡식성으로 과일이나 곤충, 조류, 생선 등을 먹는다. 일부일처제로 출산은 년 1회. (사진=마키 히로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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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오래전부터, 아마도 수십만년 전부터 일본 열도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원시적인 개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너구리는 물론 야생동물이지만, 최근에는 교외의 주택지 등에 나타나 인간과 접하는 모습이 뉴스가 되기도 한다. 일본인에게 너구리는 생활과 밀접한 야생동물의 하나이다.
그러나 너구리가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시작한 것은 요즘의 일이 아니라, 먼 옛날부터였다.이는 너구리가 즐겨 살던 생활 영역이 해안가에서 구릉지대, 그리고 낮은 산악지역의 숲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숲에서 지렁이와 같은 작은 동물을 먹고 살았다. 그러다가 수만년 전부터인가 같은 환경을 좋아하는 인간이 이주해 오면서 공생하게 되었다. 이후 너구리와 인간은 깊은 관계를 맺으며 너구리가 등장하는 민화 등도 생기게 되었다.
일본의 민화나 전설에 나오는 너구리는 자주 둔갑해 사람을 속이기도 한다. 이는 고대 중국에서전해진 전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의 전설에서는 다양한 동물이 요괴로 둔갑해 수많은 괴현상을 일으킨다. 중세가 되면서 이런 요괴전설 속에서 너구리가 대표적인 요괴동물로 여겨져 오기 시작해 노인을 잡아 먹고 그 노인의 모습으로 둔갑해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 먹는다는 잔인한 전설로 내용이 바뀐다. 노인에 대한 전설은 잡식성인 너구리가 죽은 동물 등을 파헤쳐 먹는 것에서 유래됐을것이다. 이런 전설이나 요괴담의 배경에는 모두 그동물의 습성에서 유래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을 것이다.
전설에서 너구리가 자주 모습을 바꾸는 것으로알려져 있는 오오뉴도(大入道, 까까머리의 거한)가있다. 낡은 절 등에서 수염이 더부룩한 거한으로둔갑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절이나 황폐해진 사원의 마룻바닥에 살기 시작한 너구리는 밤이면 쥐와 같은 먹이감을 찾아 활동하고 때론 건물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기도 했을 것이다.큰 건물에 혼자 절을 지키던 동자가 너구리 소리에 무서우면서도 순찰을 돌면서 어두운 본당을 들여다보았을 때 늘 봐오던 아미타불여래상이나 석가상이 오오뉴도처럼 보였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달빛 비치는 저녁에 술병과 장부를 지닌 동자로변해 자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꼬리만은숨길 수 없어 사람들에게 들통이 나기도 한다는 얘기도 있다. 마을 젊은이가 술을 마시다가 늦어져 절 근처를 지나면서 총총 걸음의 동자를 목격한다.아마 먹이를 찾던 너구리가 사람 발걸음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것을 봤을 것이다. 술기운과 함께 밤길에 대한 두려움에 너구리가 술을 사러 가는 동자로 변했다는 얘기가 만들어졌음에 틀림없다.
털이 수북한 요괴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는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이는 술에 취해 들판에서 잠이 들었을 때 너구리가 얼굴 주변을 어슬렁거려 깜짝 놀라 잠이 깬 것일 것이다. 사람에게 익숙해진 너구리는 인간이 누워 있으면 뭔가 먹이가 없을까 하고 다가와 먹이를 찾아 냄새를 맡으며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나 창피했던 일 등의 원인을 동물 탓으로 해 온 것이다.
그 시대에 따라 너구리에 대한 인간의 대접은 크게 달라져 왔다. 하지만 너구리는 늘 너구리였을 뿐이다. 많은 야생동물들의 수가 줄어든 요즘, 너구리는귀한 동물이 되어 버렸다. 일본사람들에게「늘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그런 너구리였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늘 있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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