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PONIA 제38호 2006년 9월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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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술의 새로운 전개
“사이보그”시대가 시작되었다

글·사진제공●산카이 요시유키(山海嘉之)

공학박사 쓰쿠바대학(筑波大学) 대학원 교수,
시스템 정보공학연구과

일본의 로봇 개발 현상

1970년 이후 산업용 로봇 시대부터 세계를 주도해 온 일본의 로봇개발기술은 지금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최근에는 1996년에 개발된 휴머노이드(두발보행 인간형)로봇『P2』(혼다)과 후속 기종『ASIMO』(2000년)의 등장으로 로봇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또한 99년에 발표된 애완로봇『AIBO』(소니)가 사실상 로봇시장을 개척하게 되었다.2005년에 개최된 아이치 만국박람회에서는 두발보행과 악기연주,대회장을 안내하는 인간형 로봇과 청소와 순회경비를 하는 로봇 등 약 70종류의 로봇이 실제로 움직임을 보여주며 전시무대에서 선보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다종다양한 로봇과 개발주체이다.산업용 로봇을 제외하면,85년 쓰쿠바 과학박람회 이전의 로봇개발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근근이 이어지는 기초연구가 주를 이루었다.그러나 아이치 만국박람회에서는 자동차 회사와 대형 가전업체,대학이 근간이 된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개발된 로봇이 등장했다.이처럼 산학협동도 왕성하여,보다 많은 개발주체가 최근의 기술축적과 경험을 살리면서 일본의 차세대 로봇개발을 한층 더 가속시켜 나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겉으로는 활발한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로봇개발에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예를 들어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군사분야 로봇기술 전용 문제가 있다.21세기 로봇의 개발에 있어서는 연구자들은 확실한 미래의 비전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에 필자는 로봇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인 사용을 전제로 하는「미래비전」과「철학」을 가지는 것이 로봇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감히 먼저 강조해 두고 싶다.

여기에서는 우리가 개발해 온 로봇 슈트『HAL』의 소개를 통해,미래사회를 지탱하는 차세대 로봇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에 관해 논해 보겠다.

새로운 프레임으로「로봇」을 전개한다

산업용 로봇 개발에서는 비즈니스로서 성공하는 시나리오가 명확했다.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기초연구가 생산현장인 공장에서 활약하는 실용 로봇으로 직결되어 왔으며,바로 그것이 로봇왕국「일본」의 탄생이었다.그곳에는 세계의 생산거점으로서 정상에 이르고자 하는「비전」과「전략」이 있었다.독일의『Der Roboter』라는 책에서 일본의 후지산에서 세계 여기저기로 로봇이 뿜어져 나가는 모습을 묘사한 비아냥거리는 일러스트가 실렸었는데,당시의 일본은 그 일러스트에서 묘사된 것처럼 산관학이 협력해서 실용 로봇개발에 힘을 쏟는 나라였다.

그러나 1990년대,산업용 로봇의 개발이 기술적인 면에서 한 단계 마무리 짓고 어느정도 시간이 경과했을 그 무렵,단지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소위「작품으로서의 로봇」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그 시대의 로봇개발은 로봇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다시 말하자면,어떤 식으로「사람에게 도움을 주는」기술로써 전개할 것인가를 개발자 자신이 확실하게 의식하지 못했다.그때문에 산업용 로봇에 이어서 새로운 로봇의 카테고리를 수립하는 데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로봇의 카테고리라는 것은 인간의 생활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있는 로봇을 말한다.

지금까지 로봇은 공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하는 존재이었지만,앞으로는 인간의 생활공간 속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인간과 직접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로봇은 지금까지의「로봇」개념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단순한 자동기계로서의「로봇」에서 벗어나 사람과 상호작용해 나가는「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관계」를 소중히 하는 로봇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로봇을 전개해 나가는 토대가 되는 것이「사이버닉스(Cybernics)」다.「사이버닉스」란 신체기능을 확장,증폭,보조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사이버네틱스,메커트로닉스(mechatronics),정보학을 중심으로 뇌신경학,행동과학,로봇공학,심리학,생리학,IT 기술 등 수많은 과학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학술영역이다.그것을 확립해야 비로소 종래의 단순한 로봇기술의 틀을 뛰어넘은「인간」「생활공간」「인간사회」와「로봇 정보계」의 새로운 기술영역을 구축하는 것으로 연결된다.이러한 것들이 로봇개발자로서 필자가 최근에 세운 로봇에 대한 프레임워크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취재와 실연중에도 개발 · 관리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HAL연구개발그룹.2005년 사이버다인 주식회사(CYBERDYNE Inc.)가「The 2005 World Technology Award」(IT-Hardware부문)을 수상했고,같은 해에는 HAL-5가 영국「Time」지 기획에서「The Most Amazing Inventions」로 선정되었다.

『HAL』개발 동기

실제「사이보그기술」도 그「사이버닉스기술」의 하나와 다름이 없다.

사이버닉스를 구사해 개발된 로봇 슈트『HAL』(Hybrid Assistive Limb)는 인간(장착자)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수의제어기능(隨意制御機能)」과 로봇 본래의 기능인「자율제어기능(自律制御機能)」을 가지는 세계 최초의 인간로봇 일체형 시스템이다.뇌신경-근골격계와 로봇이 일체화되어,인간의 몸의 일부분처럼 기능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우리들의 몸은 뇌에서 근골격계로 내리는 운동지시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데,그 때 미약한 생체전위신호가 피부의 표면으로 빠져나온다.

『HAL』은 그 신호를 피부의 표면에서 검출하면서 관절부에 장착된 파워 유니트가 작동한다.즉 인간의 입장에서 말한다면,서기,앉기,걷기,무거운 물건 들기와 같은 동작을『HAL』이 도와주는 것이다.로봇 슈트는 외골격 구조로 되어 있어서 로봇과 짐의 하중은 로봇 슈트 자신이 지탱한다.따라서 장착자는 거의 무게감을 느끼지 않고 평소에는 들 수 없는 무게의 짐도 들 수 있다.

「인류란 테크놀로지를 개발함으로써 진화라는 길을 버린 종(種)이 아닐까」라는 생각의 다른 한편에는,이것이 오히려『HAL』의 개발 동기가 되었다고 여긴다.예를 들면,인간은 휴대전화를 가지게 됨으로써,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정보를 순식간에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인류는 테크놀로지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종으로서의 진화를 다른 형태로 이루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테크놀로지와 함께 살아가야할 것일까?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원만한 관계,적절한 공존과 의존 관계를 실현시키는 시도 중 하나가『HAL』의 개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을 위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다고 하더라고 서로 좋은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테크놀로지의 많은 부분은 심리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인간에게 거부될 것이다.사람과 로봇을「밀착」시킨다는 시도는 SF의「사이보그」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그러한 의미에서『HAL』은 테크놀로지와 인간을 일체화하고 공존하고 의존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신체기능을 확장해 가는「사이보그 기술」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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