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종이접기의 세계
“종이접기는 놀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조금 비뚤어지고 접은 금이 맞지 않아도 괜찮아요. 재미있게 접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제일이죠”
“종이접기회관” 의 관장인 고바야시 카즈오(小林一夫)씨는 이야기하면서도 쉴새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다. 종이를 보지 않고서도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자, 이제 다 접었네” 라고 말하며 접던 손을 멈춘다. 귀여운 강아지를 접어 보였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작품이 깔끔하게 예쁘고, 손쉽게 접을 수 있느냐는 점이죠. 안그러면 접는 걸 보여줘도 별로 재미없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고바야시씨가 외국에서 종이접기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해외에서는 기본적으로 5번을 접어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만 가르치고, 종이접기의 대명사로 가장 유명한 종이학(약 20번 접음)을 외국인들에게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종이학은 종이접기의 기본 기술이 모두 집약되어 있지요. 하지만 그만큼 어려워요. 종이접기가 어렵다는 인상을 주면 싫어지게 되잖아요. 저는 종이접기 기술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종이를 접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은 거예요”
미국을 비롯해서 러시아, 브라질, 태국 등 지금까지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종이접기를 소개해 왔다. 3일동안에 무려 17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든 대회장도 있다고 한다.
“다도와 꽃꽂이, 가부키(歌舞伎)등 해외에 자랑할만한 일본의 전통문화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손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종이접기이죠. 종이한 장만 있으면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간단하고 손쉽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은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나지요”
종이접기를 통해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문화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고바야시씨의 바램이다.
정사각형의 종이를 접어, 본을 대고 잘라낸다. 종이를 펼쳐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형태를 드러낸다. 이것은 에도시대(17∼19세기)에 서민들이 고안한 “무늬따라 오리기 놀이” 라고 하는 종이오리기 세공방법이다. 무늬따라 오리기는 다양한 문장(紋章)을 잘라내지만, 특히 집안마다 심볼인 가문(家紋)이 많이 이용되었다. 조형작가 시모나카 나호(下中菜穂)씨는 이 무늬따라 오리기 놀이를 지금 다시 부활시키려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조립세트를 판매하거나, 국내외에서 워크샵을 열고 있다.
“무늬는 꽃과 초목, 동물과 새, 생활도구에서 의외로 놀랄 만한 것까지 다양한 모양을 본으로 떠서 사용하고 있다. 평소 생활을 즐겼던 옛 일본인들의 풍요로운 마음과 유희 정신을 현대에도 되살려보고 싶어요”
무늬따라 오리기는 완성된 문양을 매달거나 문에 나란히 붙이는 등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중 하나이다.

왼쪽 / 두꺼운 종이로 만든 문양을 장식 삼아 매단다.
오른쪽 / 종이를 접어서(위) 원형에 맞춰서 가위로 자른다(가운데). 섬세함이 필요한 부분은 커터 나이프를 사용한다. 원형을 떼어내 살짝 펼쳐보면 완성(아래)
http://www007.upp.so-net.ne.jp/xpl/
일본에서는 남에게 물건이나 돈을 보낼 때에는 꼭 종이나 천으로 싸서 전달하는 매너가 있다. 그 기원은 600여 년 전에 무가(武家)사회의 예법에서 시작된 “오리카타(折形)” 이다. 오리카타는 와시(和紙, 일본종이)를 사용해서 예식의 장식이나 선물포장을, 정해진 규칙대로 올바르게 접는 방법을 말한다. 또한 오리카타는 종이접기 놀이의 기원이라고도 전해진다.
도쿄 아오야마에서 ‘오리카타 디자인 연구소’ 를 주재하고 있는 야마구치 노부히로씨는 현대 생활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타일의 오리카타를 교실과 전람회, 책 출판을 통해서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예의 마음을 형태로 나타내는 오리카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접기 전에는 우선 자신의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고 잡념을 없애 정신을 집중하여 접는 것이다. 접는 방법은 포장하는 내용물과 예식, 계절에 따라 다르며 내용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싸는 것이 원칙이다.
“튼튼하고 부드러운 와시는 어떤 방향에서든지 예쁘게 접을 수 있습니다. 질이 좋은 와시는 아름다운 오리카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라고 야마구치씨는 말한다.
오리카타는 일본인의 마음과 와시문화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