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나가이 고우(永井 豪)씨의『마징가Ｚ』가 히트하고, 업계에는 완구회사가 캐릭터를 상품화하여 애니메이션의 대형 로봇이 만들어지는 독자적인 경향이 생긴다. 이런 경향은 애니메이션 원작을 만화에 의존하지 않고 오리지널작품을 만드는 경향을 낳았다.이렇게 대형 로봇들의 싸움을 그린 SF액션물이 줄지어 제작된 70년대 중반, 애니메이션 세대들의 흐름을 결정지은 작품『우주전함 V호』가 발표된다. 청년기에 들어선 애니메이션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SF붐을 일으키고, 애니메이션 잡지 창간을 자극하는 등, 이전에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애니메이션을 보다 폭넓은 층에 어필하게 된다. 이 때 새롭게 제작된 것이 SF애니메이션『건담』이었다.

복잡한 줄거리, 청춘스토리, 철학적인 테마, 애니메이션은 만화보다 10년 늦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세계까지 그리기 시작한다. 이는『전설거인 이데온』『장갑기병 보톰스』『다구람』등 80년대 들어서도 계속된다. 이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는 80년대가 지나면서 막을 내린다. 히트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우루세이 야츠라』『터치』『변덕스러운 오렌지로드』등의 애니메이션이 다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닥터 슬럼프』가 대히트한 것도 애니메이션계에서 만화를 재조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80년에는『동짜몽』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도 공개되었다.

만화잡지의 주류였던「소년점프」의 작품을 애니메이션화 한『캡틴 츠바사』『세인트 세이야』『근육맨』등이 인기를 끌었고, 한편으로는 오토모 카츠히로(大友克洋)의『AKIRA』등 새로운 스타일의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것도 생겼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애니메이션은 만화처럼 세대의 폭을 넓히고 다양화하게 된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을 가진 작품이 생겼다.
이들에게 원작을 제공한 것은 이전보다 더욱 다양화되고 스타일을 개선한 만화였다. 디즈니와 같은 해외 애니메이션이 건전한 아동용 작품,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작품만을 만든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줄거리에 무게를 둔 상업적 영상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 팬을 확보하게 된다. 단순한 권선징악이나 도덕적인 테마를 다룬 교육적인 내용을 배제한 일본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낳게 된다. 또, 오토모 요시히로씨나 시로 마사무네씨 등이 발표한 질 높은 작품들은 사이버펑크적인 예술로서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게 된다.

또『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로 주목받은 미야자끼 준(宮崎 駿)의『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오시이 마모루(押井 守)의『우루세이 야츠라2, Beautiful Dreamer』등은 애니메이션 매니어들에게 인기를 얻은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작가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상업성과 예술성, 양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90년대에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된다.

일본 내의 애니메이션의 다양화와 성숙에 비해, 좀처럼 수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성적인 장면뿐 아니라 폭력적인 장면이 사용된 일본 애니메이션은 해외에서「아동용」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다양한 방송기준 속에서 삭제와 수정을 거쳐 소개된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일본 국내에서 소개되는데 그쳤다. 아직도「성인용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해외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단지 매니아용으로만 유통되고 있다.

국제적인 언어와 표현법으로 알려진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채, 언젠가 해외에 소개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확신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여기까지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다양한 장르, 그리고 줄거리를 갖고 있다. 빠른 연출과 다양한 표현 등, 영상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그것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팬을 확보한 이유이지만, 보다 재미있게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팬들의 요구에 제작사들이 보답하는 것이야 말로 보다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