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PONIA 제44호 2008년 3월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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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신비로운 맛에 반해 주조의 세계에

필립 하퍼(Philip Harper)

글●다카하시 히데미네(高橋秀實)   사진●아카기 고이치(赤城耕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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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도중인 거르기 전의 술재료를 휘저어 뒤섞는 필립 씨

“자, 자, 한잔 하시죠”

필립 하퍼 씨(41세)는 이렇게 말하고, 방금 걸러낸 술을 따른 술잔을 내밀었다.

“니혼슈는 곡물로 만든 술이지만 과일과 같은 향이 나잖아요. 정말 희한해요. 신비롭죠”

일본인과 같은 제스처에 유창한 일본어. 이 사람이야말로 외국인 최초의 술 빚는 장인 도오지(杜氏)즉, 주조의 총감독인 것이다.

필립 씨(41세)는 영국 버밍엄에서 태어나, 명문 옥스포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배운 뒤,“어딘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일본 정부의 JET프로그램에 응모, 영어 교사 자격으로 오사카시의 중고교에 부임했다.

“당시, 일본어를 전혀 할 수 없어서, 교직원실에서도 동료 선생님들과 좀처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연회가 있어서 자리를 함께 했는데, ‘자, 한잔 드시죠’ 라고 말하면서 서로 술을 따라 주고 있는 거예요. 그것도 아주 작은 잔에다 말이죠. 하하…. 이렇게 해서 일본인은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술이 있으면, 말이 별로 필요 없다. 저에게는 대단히 귀중한 발견이었습니다”

원래 필립 씨는 술을 좋아한다. 직원들과도 흉금을 털어놓고 ‘술김에’ 150종류의 지역 특산주를 갖춘 이자카야에 따라 갔다. 그 곳에서는“연회때 나온 술과는 전혀 달라요. 각각의 술마다 특징이 있고 향도 다르고요. 이것 참 재미있네...하고 생각했죠. 모든 종류의 니혼슈를 마셔보겠다고 결심할 정도였다니까요”

니혼슈에 흠뻑 빠진 필립 씨는 JET프로그램으로 2년간의 체재기간을 마치자, 곧바로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영어회화 학원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이자카야에서「니혼슈 연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친구의 권유로 나라현의 주조장에 취직했다. 당시 나이스물 다섯이었다. 이것도 실은 ‘술김에’ 결정한 것이라고, 필립 씨는 웃으며 말한다.

술 빚는 세계는 엄격하고 힘든것으로 유명하다. 술 빚는 장인인 도오지 밑에서 일하는 주조장 직원들은 쌀을 물에 담그고, 찌고, 누룩과 밑술을 만드는 일련의 공정에서 각자 역할이 분담된다. 1년차에 맡겨진 일은 쌀의 정미공정이다. 많을 때는 하루에 4톤의 현미를 기계로 정미하고, 손으로 가마니에 넣는 매일. 2년차는 쌀을 가마로 찌는 작업. 그리고 3년차가 되면 찐쌀에서 누룩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등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쌀을 물에 담그거나 찌거나 할때도 시간을 초 단위로 측정합니다. 쌀의 수분량과 미생물의 활성화 정도의 미묘한 조합으로 술의 품질이 변하기 때문이죠. 아무튼 살아 있는 것을 상대하는 것입니다. 일단 주조공정이 진행되면 다시 만들 수 없으니까 매우 긴장하지만, 그만큼 맛있는 술을 만들었을 때의 감동도 큽니다」

필립 씨는 10년간 이 주조장에서 수련을 쌓고, 당당히 도오지가 되었다. 그 후에 요청이 있으면 이바라키나 오사카, 교토 등 전국 각지의 주조장에 가서 술 빚기를 지휘해왔다. 주조장마다 수질이나 효모 등의 미생물이 다르므로, 술 빚기에 교과서란 없다고 한다. 각지에서 경험을 쌓아, 매일 매일 술 빚는 기량을 닦는다.

또, 필립 씨는 일을 하는 와중에 니혼슈 가이드북을 출판, 해외에서 니혼슈 시음회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니혼슈 보급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니혼슈를 아는 것은 일본 문화를 아는 것입니다. 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이 신비한 맛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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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필립 씨가 도오지로 일하는 교토 교단고시(京丹後市)의 기노시타 슈조(木下酒造).

그가 저술한 2권의 니혼슈 가이드북(영어판). 해외에서 맛있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 맛있는 술을 살 수 있는 상점 등도 소개되어 있다.

"THE BOOK OF SAKE": ©2006 by Philip Harper, published by Kodansha International Ltd.
"The Insider's Guide to SAKÉ": ©1998 by Philip Harper, published by Kodansha International Ltd.
http://www.kodansha-int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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